제63회 전국고교백일장 심사평 및 장원 수상작 공개
- 전국고교백일장 (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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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07
안녕하세요, 제63회 전국고교백일장 심사위원회의 심사평과 산문부 / 운문부 장원 수상작을 공개합니다.
장원 수상작은 첨부 파일을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63회 성균관대학교 전국 고교 백일장]
산문부 심사평
성균관대 전국 고교백일장이 올해로 제63회를 맞았다. 지나온 긴 역사만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미래가 기대되면서도 버겁게 다가온다. 급격한 기술 변화와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생성형 AI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백일장 대회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묻지 않을 수 없는 시기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이 직접 글을 쓰고 서로 읽는 일의 소중함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 백일장은 문학에 대한 시대적 도전에 응답하며 고교 문사들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백일장 참여율은 예년보다 다소 감소했다. 학령 인구 급감, 문해력 위기, 입시 환경 변화는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역시 큰 고민거리였다. 혼란스러운 시국의 영향도 감지되었다. 그럼에도 심사 과정에서 시의성과 문학성을 갖춘 글을 발견하는 기쁨은 여전했다.
올해 산문 부문 시제는 ‘선물’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총 231명이 응모했다. ‘선물’은 2025년 오늘의 의미를 성찰하게 하는 주제다. 경제적 불확실성과 사회적 고립감이 만연한 상황에서 ‘선물’의 가치는 각별하다. 물질적 교환을 넘어 타인에게 요청한 시간을 내어주거나 관심을 기울이는 행위는 가격을 매길 수 없는 소중한 ‘선물’이 된다. 이 ‘증여’ 행위는 단절된 관계를 회복하고 공동체성을 확인하는 매개가 된다.
장원으로 선정된 유*안의 <차갑고 따뜻한 선물>은 죽은 아버지의 버킷리스트를 수행하는 인공지능 로봇과 유가족의 이야기다. AI 시대의 시의성 높은 소재를 다루면서도 감성을 섬세하게 풀어내는 서술 방식이 돋보였다. 응모작 가운데 드물게 감동을 주는 작품이었다. 감동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 또한 남달랐다. 차가움(AI)과 따뜻함(가족애)이라는 대비를 통해 드러나는 인간적 아이러니가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얽힌 사연을 독자의 궁금증과 기대감에 부응하며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차상인 손*담의 <선물>은 세월호 참사 3년 뒤, 희생자 부모가 겪는 평범한 일상을 그린다. “너는 내 선물이다.”라는 문장은 종종 의례적으로 쓰인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이 문장은 살아 호흡하는 육체에게 필요한 산소처럼 소중하고 절실한 의미로 재탄생한다. 참사의 구체적 내용을 서사 후반부에 배치하여 충격을 더하는 구성 역시 설득력이 높았다. 특히 인물들의 교감을 묘사하는 디테일이 생생했다.
전*연의 <선물>도 차상으로 선정되었다. 이 작품은 장르적 상상력을 보여준다. 모든 영양분을 화학적 섭취로 해결하는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약이 떨어진 주인공이 따뜻한 밥 한 끼를 ‘선물’받는 과정을 그린다. 효율성과 쓸모로 환원되는 ‘선물’의 가치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심사위원들은 참가자들이 제재를 폭넓게 사유하기를 기대했다. 소재의 표면적인 면에 머무르기보다 그 이면의 빛나는 부분을 발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2025년 현재 우리 삶에는 반려종을 비롯한 다양한 비인간 존재가 공존한다. 관련 소재를 다룬 응모작이 많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차하 이하 수상작들 역시 쉽지 않은 제재에 나름의 상상력을 동원해 자신의 일상과 연결하려 노력한 점이 돋보였다.
삶이 모두에게 선물이 되기를 희망한다. 단편적인 단어의 의미에 구속되지 않고 폭넓고 깊게 사유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시간을 들여 자신의 언어를 벼리고 생각을 전달하는 글쓰기 자체가 우리 시대의 귀한 선물이 되고 있다. 그 선물이 타인과 교감하며 서로를 행복하게 하는 매개가 되기를 바란다.
운문부 심사평
올해는 전국 각지에서 총 205명의 참여자가 ‘아침’이라는 시제로 운문부 작품을 제출하였다. 아침은 익숙하고 쉬운 시제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막상 시를 쓰려고 할 때는 그렇지 않다. 아침이 내포하는 상투적 의미와 이미지―밝음·희망·기대 등에 시의 내용과 형식이 쉽게 포섭되어 버리는 까닭이다. 백일장을 포함한 창작의 영역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 시의 대상에 대한 평면적 접근과 진부한 화법이다. 이를 반성 없이 답습한 작품들이 1차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심사위원들의 개별적인 문학관과 무관하게, 인식적·미학적인 면에서 새로운 통찰을 안겨주지 못하는 시들은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2차 심사―최종심에 올라간 작품들은 저마다 독특한 상상력을 펼쳐내고 있다. 아침의 일반적 상징을 비틀어 독자적인 전개를 해나가는 시들은 다루고 있는 주제가 무엇이든 인상적인 언어의 자취를 만들어냈다.
등교하는 풍경·교실에서의 일상·거리에서의 관찰·관계의 내밀성·몽상의 면면 등을 아우르는 시 가운데, 심사위원들은 특히 세 편의 작품에 주목하였다. 「빈 자리엔 아침이 온다」·「그 아침에」·「같은 아침 증후군」이다. “손끝에선 아침의 반대편이 자란다”는 구절로 시선을 사로잡은 「빈 자리엔 아침이 온다」는 “아침이 오지 않는 곳에서 (……) 손톱 조각처럼” 존재하는 ‘나’의 다층적인 내면을 전경화한다. 「그 아침에」는 “씨앗”을 삼켜 자기 안에서 발아하고, 마침내 꽃이 되는 생의 약동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한편 「같은 아침 증후군」은 “교실에 들어오는 햇살의 각도는 변하지 않는다 칠판에 그려진 세계지도에서 날짜 변경선을 목격한다 우린 얼마나 많은 날짜 변경선을 넘어다니는 걸까”에서 드러나듯이, 교실 안에서의 시차(時差/視差)를 포착한다.
치열한 논의 과정을 거쳐 심사위원들은 「같은 아침 증후군」을 장원으로 선정하였다. 본인의 체험에 의거하되, 시어를 짜임새 있게 운용하는 감각, 화법을 유연하게 변형하여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 다른 두 편보다 뛰어났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좋은 시를 많이 읽고, 써본 사람만이 내놓을 수 있는 결과물이었다. 이후에도 정진을 거듭하여 한국 시단을 빛낼 문인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더불어 차상·차하·가작·장려에 뽑힌 학생들에게도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 이번에 수상의 영예를 얻지 못한 참가자들은 또 다른 기회를 통해 입상자로서 만나기를 소망한다. 성균관대학교 전국고교백일장은 고등학생에게 실패의 경험을 맛보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열린 자리이다.
성균관대학교 전국고교백일장 심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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