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회 전국고교백일장 심사평 및 장원 수상작 공개
- 전국고교백일장 (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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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1-08
안녕하세요, 제62회 전국고교백일장 심사위원회의 심사평과 운문부 장원 수상작을 공개합니다. 올해 산문부 장원은 없습니다.
장원 수상작은 첨부 파일을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62회 성균관대학교 전국 고교 백일장]
산문부 심사평
2024년 11월 2일 성균관대 국문과에서 개최한 제62회 전국 고교 백일장 대회의 시제는 ‘달리기’였다. 예년에 비해 응모자들이 많아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의 한국문학과 한국어 글쓰기에 대해 낙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달리기’하면 바로 연상되는 체육대회 에피소드, 부상과 사고로 인한 장애담, 뛰어야 한다는 강박이나 뛰지 못한다는 답답함 등 시제에 반응해 조금은 축자적으로 작성된 글들이 많아서 아쉬웠다. 대한민국에서 청소년으로 살아간다는 진실성이 느껴지는 한편, 삶에 근거하지만 보다 넓은 상상력이 요구되는 시제였을 터인데 확산력 있는 글쓰기가 아쉬웠다.
그럼에도 창의적으로 주제를 자기화하는 좋은 글들이 적지 않았다. 전체적으로는 잘 훈련된 유기적 구성과 문장력을 갖춘 글들도 많았고, 좋은 아이디어를 힘있는 이야기로 끌고간 글들도 많았다. 다만 두 미덕을 함께 갖춘 글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달리기’가 시제라고 해서 시제 자체에 연연하면 상상력이 제한될 수 있기에, 시제로부터 확장된 단서들 속에서 깊은 의미를 풀어내어야 했을 터인데, 그런 글들은 문장의 세공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반면 문장의 조탁이 잘 된 글들은 삶의 작은 에피소드와 시제를 직접 연결하여 이야기의 지평이 좁은 경우가 다수 있었다. 시제로부터 발상을 시작하되 자기만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풀어가는 것에 심사 기준을 두었다.
박시준의 <세상에서 가장 느린 달리기>는 AI와 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결말을 포함해 시제를 창의적으로 해석해내는 힘이 느껴졌는데, 장르적 규약이라 하더라도 문장의 풍부함이 함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이혜빈의 <밤을 달리다>는 발상이나 가독성도 좋았고 인간애가 느껴지는 이야기였는데, 무난하고 질박한 글이었다. 장아린의 <달리기>는 인상적 이미지로 이야기를 조직하는 기세가 느껴지는 글이었다. 플롯 사이의 연결이 조금 더 자연스러웠으면 좋았을 터이다. 세 작품을 차상으로 삼았다.
최서영의 <나의 이어달리기>는 조촐한 이야기였지만, 오래 다듬어온 좋은 문장을 지닌 작품이었다. 마음의 색깔들에 대한 표현들만으로 긴장을 만들어냈다. 고우찬의 <달리기>는 분명한 메시지가 돋보였다. 느림과 빠름을 넘은 ‘자기만의 속도’에 관한 균형감 있는 사색이 인상적이었다. 이경민의 <경주마도 한때 달리기를 사랑했을까>는 신선한 발상이 돋보였다. 디테일과 문장이 받쳐주었다면 어땠을까. 위 세 작품을 차하 수상작으로 삼았다.
글을 찬찬히 읽기 점점 어려운 환경이다. 많이 읽어서 생기는 이해와 사색, 다르게 쓰려는 의지, 사물이나 사람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관찰의 힘, 감각이나 심리 안으로 들어가 보려는 근력을 생각해보게 된다. 가작이나 장려상을 받은 작품 중에도 언급해야할 작품이 많았지만, 평어는 앞서 말한 범위가 아닐까 한다. 장원을 내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수상자들 모두에게 축하와 함께 격려의 말씀을 드린다. 수상을 하지 못하신 분들에게도 글에 대한 믿음을 더욱 깊이 해주십사 부탁드린다.
운문부 심사평
올해 성균백일장 운문부 시제는 ‘창문’이다. 이를 시화(詩化)하는 관건은 창문의 도구적 속성 이상의 시적인 의미―개인과 세계를 잇는 통로 혹은 풍경과 조응하는 내면의 서정을 어떻게 정확한 언어로 전환시키느냐에 있다. 그러나 많은 참가자가 시제를 지나치게 평면적으로 해석하여, 창문 자체에 대한 도식적 서술만 반복하였다. 창작의 독창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인 연상 작용을 그대로 시로 구현하지 않는 신중함과 다양성, 시제의 함의를 최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상작은 이러한 애씀의 결과를 증명한 사례들이다. 우선 창문을 통해 바라보거나 드러나는 이미지를 현실과 이상, 소망과 좌절의 변증법적 사유로 전개한 작품 등이 심사위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또한 시적 주체의 내밀한 정서를 토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어이 타자와의 접점을 형성해 내는 작품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전자에는 차하를 차지한 「창문 속 꿈」(김진)·「양말, 창문, 그리고 발가락」(송지원) ·「뿌리를 내린 창문」(김슬비)이, 후자에는 차상을 차지한 「납골당 안 창문에서」(김희주)·「장성동 창문」(장민석)이 해당되는 시였다.
장원으로 선정된 「새들은 창문에 날아와 죽다」(전영은)는 로맹 가리의 단편소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에 내재한 시적 몽상을 세련되게 인유하는 동시에, 부려놓은 시어를 단정하고 단단한 화법으로 연결시키며 각 장면을 비약 없이 형상화하고 있다. “투명해도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며 서두의 시구부터 창문의 이면을 적시하고, (창문이 있는) 교실을 일상적이면서도 이질적인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솜씨는 응모작 가운데 가장 탁월하였다. 더불어 복잡다단한 감정을 과장 없이 언어화하는 역량도 범상치 않았다. 장원을 포함하여 입상한 이들 모두에게 축하를 전하며, 이를 계기로 저마다 내딛게 될 시의 길을 응원한다.
성균관대학교 전국고교백일장 심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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