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회 전국고교백일장 심사평 및 장원 수상작 공개
- 전국고교백일장 (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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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1-09
안녕하세요, 성균관대학교 전국고교백일장 담당자입니다.
제60회 전국고교백일장 심사위원회의 심사평과 운문부 / 산문부 장원 수상작을 공개합니다.
첨부 파일을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60회 성균관대학교 전국 고교 백일장]
산문부 심사평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던 성균관대 전국고교백일장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중단된 지 3년이 지나 재개되었다. 어려운 주변상황으로 인해 얼마간의 우려도 있었으나 산문부문의 경우 전국에서 모인 총 300여 학생들의 열띤 참여는 그런 우려를 말끔하게 씻어내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글의 수준도 예년에 못지않아 글쓰기에 대한 학생들의 열정을 유감없이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백일장 산문부문의 시제는 ‘편의점’이었다. 2000년대 초반에 발표된 김애란의 소설 <나는 편의점에 갔다>에서, 편의점은 얼핏 친근해 보이지만 낯선 감각을 유발하는 공간으로 묘사된 바 있다. 그런데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편의점은 이제 학생들에게 가장 익숙한 생활의 공간이 된 듯하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응모된 작품들 중에는 편의점에 대한 서술과 재현에서 고등학생들이 느낄 법한 익숙한 생활의 감각이 물씬 풍겨나고 있었다. 다만 친근하고 익숙한 것들은 그것을 다시 한 번 낯설게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나 남다른 상상력이 필요하다. 즉, 시제에 대한 사유를 재가공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익숙함은 대부분 평이하고 관습적인 내용으로 귀결될 위험을 안고 있다. 많은 글들이 그러한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한 양상을 보였는데, 그것은 이 시제가 겉으론 쉬워 보이더라도 실은 참신한 사유와 상상력이 요구되는, 결코 쉽지 않은 것임을 방증한다. 심사위원들이 기대한 것은 편의점이라는 공간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코드, 상징 같은 것들을 새로운 세대의 감각과 감수성으로 포착하는 글이었다. 하지만 많은 글들이 편의점을 단순한 배경으로 삼고 있거나 일상에서 흔히 보는 편의점의 풍경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친 점이 아쉬웠다. 그런 가운데서도 청소년의 일상과 고민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편의점의 의미를 새롭게 구성하고자 한 작품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편의점에서의 알바 경험이나 물건을 사러가는 경험, 아니면 편의점을 배경으로 한 가족이나 친구 사이의 관계를 서술하는 글들이 많았다. 또한 드물게는 편의점이라는 공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글도 있었다. 그리고 많은 학생들이 정확한 문장을 쓰고 있었지만 자신의 생각을 보다 효과적으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글쓰기의 방법에 대해 아직은 고민할 부분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런 아쉬움 속에서도 심사위원들은 다행히 편의점이라는 제재를 효과적으로 장악하고 이를 통해 참신한 감각과 상상력을 펼쳐가고 있는 글을 만날 수 있었다.
장원으로 선정된 <그 편의점을 벗어나는 법>은, 실직한 아버지와 학원을 그만둔 아들이 우연히 편의점에서 만나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며 만들어내는 휴머니티가 돋보였다. 이야기 구도와 스토리텔링은 안정된 반면, 기존 소설에서 다소 익숙하게 보인 방식이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편의점이라는 소재에 시대상을 투영하고 공감을 이끌어가는 솜씨에 점수를 주었다. 입상자들에게는 축하를, 낙선자들에게는 격려를 보낸다.
운문부 심사평
성균 전국 고교생 백일장이 삼 년만에 다시 개최되어 감회가 새롭다. 아직 전염병 사태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았음에도 전국 각지에서 많은 학생이 백일장에 참여해서 문학에 대한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 부문은 총 208명의 신청자 중에서 161명이 현장에 나와 서로의 예기(銳氣)를 뽐냈다.
‘색깔’이라는 시제가 다소 어려웠다. 많은 학생이 물감의 팔레트나 무지개의 스펙트럼을 떠올리며 여러 색의 유희를 보여주었다. 모든 색을 한 번씩 써보고 싶어 하거나 덧칠을 거듭하다가 시상이 칙칙해지는 일이 많았다. 우선은 이 관념의 색깔을 하나의 형태로 굳히는 일, 자기 경험 속의 뚜렷한 인상으로 구체화하는 일을 했다면 아마도 더 좋은 시를 쓸 수 있었을 것이다.
어려운 시제 탓에 작품의 우열이 심했다. 백일장에서 요구되는 기발한 시적 상상력이 있는 작품이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차분하게 ‘색깔’의 의미를 따라가면서 일상의 의미를 되돌아본다든지,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색깔’에 의미를 부여한다든지 ‘눈물의 색깔’이나 보이지 않는 색깔을 상상해 내는 등 새롭게 사물을 인식하고자 하는 노력이 돋보이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목소리로 차분하게 묘사하고 있는가, 혹시 섣부르게 기성의 소리를 흉내 내고 있지 않은가 이를 최대한 구분하여 평가해보고자 하였다. 입상한 시들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 심사의 보람을 느낀다.
우리는 「손톱 밑의 색깔」(김채령, 안양예고)을 장원으로 골랐다. 당선작은 시적 상황이 다소 작위적이라는 흠이 있지만, 그 나름대로 사회의 타자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고 신선한 이미지를 선보이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입상한 모든 학생에게 축하의 말씀을 전한다. 아쉽게 입상하지 못한 학생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성균관대학교 전국고교백일장 심사위원회